요약
부부가 함께 쓰던 노트북에 배우자의 구글 계정이 로그인되어 있는 것을 보고, 배우자의 승낙 없이 그 계정의 사진첩에 들어가 사진을 보고 일부를 내려받은 사안입니다. 1심과 2심은 비밀번호를 따로 입력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무죄로 보았지만,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계정 명의자의 동의 없이 그 계정의 정보에 접근했다면, 로그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서비스 제공자가 허락한 접근권한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이혼소송이나 사내 조사에서 상대방의 계정 자료를 증거로 찾으려 할 때, 수집 방법 자체가 형사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정보통신망 ‘침입’은 무엇을 처벌하는가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네이버나 구글 같은 계정에는 메일, 사진, 일정, 주소록, 위치 기록, 클라우드 파일이 함께 묶여 있습니다. 계정 하나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사실상 그 사람의 생활 기록 대부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누가 접근할 권한을 가졌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접근권한은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권한을 받은 이용자가 아닌 제3자가 접속한 경우, 접근권한이 있는지는 서비스 제공자가 부여한 접근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도870 판결 등). 이 사건에서도 구글은 배우자 본인에게만 식별부호를 이용해 사진첩에 접근할 권한을 주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또는 같은 기기를 함께 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계정에 접근할 권한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명의자가 계정 정보를 알려 주며 사용을 허락한 경우와, 명의자 모르게 열어 본 경우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았는데도 ‘침입’인가
대법원은 그렇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은 아이디는 알았지만 비밀번호는 몰랐고, 배우자가 이미 로그인해 둔 상태를 이용했을 뿐 식별부호를 직접 입력하지는 않았습니다. 원심은 이렇게 이미 접속된 상태를 이용해 기능을 쓰는 것은 보호 대상인 정보통신망에 대한 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1. 4. 22. 선고 2020노4076 판결).
| 심급 | 판단 |
|---|---|
| 원심 (수원지방법원 2020노4076) | 무죄. 식별부호를 직접 입력하지 않고 이미 접속된 상태를 이용했을 뿐이라는 점을 근거로 함 |
|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도5555 | 무죄 부분 파기환송. 명의자나 구글의 승낙 없이 사진첩에 접속한 것은 정당한 접근권한 없는 침입에 해당함 |
대법원은 로그인 절차를 거쳤는지라는 외형보다, 그 계정에 들어갈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를 중심에 놓았습니다. 정보통신망 자체를 훼손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식별부호를 부정하게 이용하는 방식으로 접속하면 침입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로그인된 상태는 명의자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같은 기기를 쓰는 다른 사람에게 권한을 넘겨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코멘트: 증거를 모을 때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가
이 판결은 가족 사이의 일이지만, 회사에서 다른 직원의 컴퓨터를 켜 메신저나 메일을 확인하는 경우에도 같은 쟁점이 생깁니다.
- 이혼소송을 준비하는 경우: 배우자의 계정, 클라우드, 메신저를 몰래 열어 얻은 자료는 수집 과정에서 형사 고소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사실을 증명할 다른 방법(문서제출명령, 사실조회,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등)이 있는지 먼저 검토하는 것이 안전해 보입니다.
- 회사에서 내부 조사를 하는 경우: 업무용 계정이라도 열람 근거가 사내 규정과 동의서에 마련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근거 없이 수집한 자료로 징계하면 징계의 적법성까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 이미 자료를 확보한 경우: 형사 책임 문제와, 그 자료를 민사·가사소송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지는 따로 판단됩니다. 자료를 제출하기 전에 두 가지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족이 함께 쓰는 컴퓨터라면 로그인된 계정을 봐도 괜찮지 않나요?
기기를 함께 쓰는 것과 계정에 접근할 권한은 별개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자동 로그인 상태를 이용했더라도 계정 명의자의 동의가 없었다면 접근권한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도5555 판결).
Q. 비밀번호를 해킹한 것도 아닌데 처벌될 수 있나요?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원심은 식별부호를 직접 입력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무죄로 보았지만, 대법원은 이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Q. 배우자가 예전에 비밀번호를 알려 준 적이 있다면 어떤가요?
명의자가 사용을 허락했는지, 그 허락이 어느 범위까지였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전에 알려 준 비밀번호를 관계가 틀어진 뒤에 몰래 쓰는 것은 허락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Q. 이렇게 얻은 자료는 이혼소송에서 증거로 쓸 수 없나요?
형사처벌 여부와 민사·가사소송에서의 증거 사용은 별도로 판단됩니다. 다만 자료를 내는 순간 수집 경위가 드러나 고소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제출 전에 다른 증명 방법이 있는지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